No.10
흔히 공격형 미드필더, 특히 플레이메이커는 등번호 10번을 달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수비적으로 뛰어나진 않지만 공격 작업을 이어가는 능력이 뛰어난 공격형 미드필더는 사실 몇 년 전만 하여도 축구계에서 사양하는 포지션이었다.

중원에서의 짜임새 있는 움직임을 통한 철저한 삼각 포메이션을 유지하는 세 명의 미드필더를 이용하는 점유율 축구가 축구계의 대세가 되면서 공격형 미드필더 활용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들은 대체로 체력문제로 인해 활동량이 많지 않거나 수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또한 공격형 미드필더 전술을 사용하는 팀은 2선 압박이 강한 팀을 만나면 일명 묻혀버리는 경우가 잦고 만약 이러한 선수들이 묻혀버리면 그 날의 경기 자체가 말려버리기 때문에 삼각 중원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 구단들은 굳이 공격형 미드필더를 기용하면서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때문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성장한 선수들은 중앙 미드필더로 변신을 하거나 공격 능력을 살려 측면 자원 또는 제로톱으로 변신하여 스스로 제 살길을 찾았다. 물론 후안 로만 리켈메와 같은 특유의 템포와 볼소유 능력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미드필더가 있긴 했지만 결국 펠레그리니 당시 비야레알 감독이 리켈메란 자원을 포기할 정도로 공격형 미드필더, 플레이메이커란 스타일은 득보다도 실이 더 컸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티키타카가 무너지면서 축구판도는 다시 변한다. 아니 다시 말하자면 해법을 찾아낸 것이다. 중앙의 삼각 미드필더를 괴롭힐 수 있는 강한 피지컬의 미드필더와 효율적인 압박이 공의 순환이 중요한 점유율 축구를 막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나 3미들이든 2미들이든 요즘은 선수들이 자신들의 철학에 맞게 움직이면서 압박을 벗어나며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현대축구의 기본이었기에 이런 모습은 매우 신선했다.

물론 말만 공미지 사실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는 흔치 않다. 압박도 할 줄 알면서 동시에 공격 전개도 가능한 전술적, 기술적 완성도가 충분한 선수가 소속된 팀이 얼마나 있을까. 결국 이것도 강팀만 할 수 있다 아입니까.


맨체스터 시티 vs 첼시

위에 말한 내용을 정말 잘 표현한 경기가 아닐까한다.



마누 펠레그리니 감독은 에딘 제코가 떠난 이후 본격적인 세르히오 아구에로 원톱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다비드 실바의 경기를 만드는 능력이나 압박 능력에 자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첼시를 상대로.



후방에서의 안정된 빌드업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 존 테리에게 달려드는 실바. 만약 테리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경우 롱패스를 통한 한방 플레이가 가능할 수 있다. 만약 우리팀 수비가 정돈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이런 롱패스 한방에 털릴 수 있기에 체력이 되는 한 전방 압박은 꼭 필요하다는 나의 생각.



역시나 네마냐 마티치를 향해 달려드는 실바. 마티치가 줄 수 있는 패스의 가짓수가 한정되어 버린다. 때문에 프란세스크 파브레가스가 후방으로 물러서주며 공을 받을 준비를 함. 결국 첼시의 공격 속도 뿐 아니라 공격 위치도 밀려나버리고 만다.



20초 후 모습. 이번엔 파브레가스한테 달려든다. 나는 실바가 이런 압박을 계속할 수 있는 체력이 될까 생각했는데 잘했다.



세스크 엄청 괴롭히는 실바. 첼시는 파브레가스를 통한 공격 전개를 포기해야만 했다. 사실상 주제 무리뉴의 패착.



물론 첼시도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많이 움직이는 윌리안과 하미리스를 위치해두며 야야 투레와 스털링을 견제하려고 했다.



는 무슨.. 득점 상황이다. 파브레가스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위치에 서있고 윌리안은 뒷문을 열어두고 있다. 아자르는 쫓아가기라도 해야 하는데 구경만 하고 있다. (캡쳐뜬거 살펴보는데 세스크 사타구니 긁는 줄...)



높은 곳에서 본 모습. 야야 투레와 아구에로는 저 수준의 압박을 벗어날 수 있다.



실바가 아자르를 압박하는 모습. 세상에 실바가 상대 선수를 밀어버리는 반칙을 하다니.



주심 바로 옆에서 뛰어가서 압박하는 애도 실바. 동그라미 그리기 귀찮아서 안했습니다.



이쯤 되면 둘 사이에서 세스크가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거같다.



맨시티의 세 번째 득점 장면. 이바노비치를 실바가 귀신같이 달려가서 압박, 패스를 차단한다.



그리고 중거리각


스압을 싫어하시는 여러분을 위한 짧은 요약
1. 로망의 포지션 공격형 미드필더 플레이메이커
2. 중원에서의 빌드업이 중요한 현대 축구
3. 공격형 미드필더가 압박에 나서면서 현대 축구의 흐름을 바꾸기 시작
4. 나이를 먹으니 키보드 두드리는 것도 귀찮아서 공미의 압박이 두드러지는 다른 경기의 해설은 다음에...


Posted by M. Salg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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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공도 괜찮아

SOCCER 2015. 2. 21. 00:44
주전 선수인 요안 카바예, 루카스 무라가 결장하면서 파리 생제르맹의 전체적인 속도가 줄은 모습이었습니다. 하비에르 파스토레가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로랑 블랑 감독 맘에선 부상 복귀 선수가 갑자기 끼어들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는 의문이었겠죠.

PSG는 속공에 목을 메지 않았습니다. 속공이란 것은 순식간에 많은 선수들이 전방으로 뛰어들어가야 하는데 견고한 첼시 수비에 막혀 오히려 역공을 당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주제 무리뉴 첼시 감독은 속공을 잘하는 만큼 수비가 탄탄한 감독으로 유명하니까요.

PSG - Football tactics and formations

뭐 속공 못하면 어떻습니까. 느리지만 완벽한 공격을 할 수 있으면 해결되는데.
블랑 감독은 피보테 자리에 루이스를 위치시키면서 디에구 코스타를 주축으로한 첼시 공격진이 수비를 끌어내려고 노력해도 앞선의 다비드 루이스가 전부 끊어버려 아예 공격할 틈을 만들지 않는 축구를 했습니다. 저는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보네요. 첼시는 윌리안, 파브레가스, 디에구 코스타와 같은 많은 활동량으로 상대 수비를 움직이게 만들고 그 빈틈을 공략하는 축구가 주특기인데, 이를 막아냈으니까요. 결국 첼시는 에당 아자르의 창의성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첼시는 프리킥 공격 후 파리가 정돈되지 않은 사이에 존 테리의 크로스를 이바노비치가 받아먹는 루트로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첼시에 있어 정말 천금같은 골이 되었네요.

PSG - PSG on Attack - 17th February 2015 - Football tactics and formations

유능하고 정력적인 중앙 미드필더들
마르코 베라티와 블레즈 마투이디 모두 젊고 정력적인 미드필더입니다. 이제는 정적인 선수가 되어가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대신하여 파리 축구가 활기차도록 만들어주는 선수들이죠. 마투이디는 공격시 여차하면 최전방까지 움직이며 동료들이 만들어내는 공간을 이용했습니다. 한편 베라티는 체격이 작은 것 빼곤 지적할 점이 있을까요 공을 소유하고 전개하는 중앙 미드필더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여기에 압박까지 잘하죠. 이 차이는 머지않아 베라티가 안드레아 피를로와 다른 위상을 갖게 되는 원인이 될 것입니다.


공격진의 분업화
파리는 라베치의 발을 이용한 속공을 시도하려다가도 안되겠다 싶으면 미련없이 지공으로 팀의 태세를 바꿨습니다. 그만큼 공격진은 서로의 역할을 완벽히 나눠 정밀함을 높였습니다.

- 에세키엘 라베치
페널티 에어리어 주변에서 움직이는 전형적인 남미식 세컨탑의 임무를 맡았습니다. 파리가 주도 시도했던 측면 공격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라베치가 없는 방향은 공격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실질적인 이득이 없었다해도 팀 전술상 상당한 위치를 차지했단 이야기.

- 에딘손 카바니
왼쪽 측면에 위치해 라이트백 이바노비치를 견제하는 것이 기본 임무였으나 공격시엔 첼시의 수비진 사이로 과감히 뛰어들어가 테리, 케이힐과의 싸움을 벌였습니다. 결국 동점골을 득점.

-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1선과 2선을 오가며 상대 수비를 끌어오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파리 지공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습니다. 베라티와 마투이디가 맘놓고 움직이는 것은 이브라의 존재감 때문이겠죠.


역습의 틈을 주지 않는 수비진형
중앙에는 치아구 시우바가 떡하니 버티는 가운데 마르키뉴스와 다비드 루이스가 적당한 간격으로 퍼지면서 첼시의 진영을 감싸덮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이순신장군의 위대함 여기에 거칠지만 효과적인 다비드 루이스의 끊어먹기와 정력적인 중앙 미드필더 친구들의 압박으로 첼시의 공격은 그다지 재미를 못봤습니다. 무리뉴 감독은 후반전에 그나마 드리블에 능한 로익 레미나 오스카르를 투입했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카바니의 골은 그야말로 블랑 전술의 승리.




이번에 루이스가 맡은 역할이 하프백이라고 하던가..

총평
파리에 있어 정말 아쉬운 결과다. 수비진의 집중력이 가장 흐트러지는 세트플레이 후 뒷처리에서 골을 먹혔다. 여기에 첼시의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에 역전 기회도 몇번이나 날렸다. 반면 첼시는 그 특유의 처절한 수비로 8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되었다.

현대 축구에선 일반적으로 우위의 상대를 만날 땐 두터운 수비와 빠르고 효과적인 역습으로 허를 찌르는 것이 공식화되어있다. 그러나 파리가 보여준 축구는 철저한 지공 위주의 축구였고 비록 승리하진 못했으나 그 두텁다는 첼시 수비를 무너트리며 골까지 만들어냈다.

블랑 감독은 지난 바르셀로나전에서도 이와 비슷한 전술을 들고나왔고 그때 역시 경기장의 끝과 끝을 움직이는 중앙 미드필더들이 맹활약해 승리를 일궈냈었다.

어 왜 쓰다가 반말로;

어쨌든 빠른 축구도 재밌지만 느린 축구도 재밌을 때가 있습니다. 파리의 이런 축구는 루카스 무라가 빠져서 속공은 힘들지만 이러한 느린 축구에도 자신이 있었는지, 아니 어쩌면 첼시나 바르셀로나가 파리의 축구에 휘둘리게 만들만한 자신감에서 나왔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왜 리그에선 압도적이지 못한거지...
Posted by M. Salg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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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8일 레알매니아에 올린 글.

주말 내내 감기로 앓아 누워서 오늘 새벽에는 잠이 또 안오는 상황이라 경기를 봤습니다. 이하는 타자 몇 자 더 두드리기 귀찮아서 반말체를 사용했으니 이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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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덜란드 VS 라트비아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 경기마저 패배한다면 때려친다고 했다. 내 억지로 레매 운영진을 하고 있는 메히아는 위닝8을 하던 시절에 라트비아 국가대표에는 기존 선수들을 빼고 아예 자기가 맘에 둔 올스타 선수들을 에디트해 넣어둘 정도로 라트비아는 축구 약소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연속된 부진과 멕시코와의 친선전 패배는 이번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래도 두 팀간의 클라쓰 차이는 확연하기에 히딩크 감독은 매우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

Oranje - Netherland - 16th November 2014 - Football tactics and formations

로빈 - 헌터 투톱은 그간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금기와도 같았다. 스타일의 차이는 있으나 전방에서 득점을 노린다는 포워드 포지션이란 것은 같기에 겹치는 모습으로 투톱 출격시 둘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경기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물론 공격에 관련해선 모든 역할에 재능이 있는 판 페르시를 측면 공격수로 둬서 어떻게든 공존을 꾀하는 전술도 있었지만 이 역시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결국 이 둘이 함께한다는 것은 경기가 좋지 않게 흘러 네덜란드가 열세인 상황에서 어떻게든 득점이 필요한 상황일 때가 다수였기에 자연스레 이 둘의 투톱전술은 네덜란드의 안좋은 상황을 상징하는 전술과도 같아졌다. 물론 현재의 네덜란드가 위기긴 하다만.



어쨌든 이 경기에서 히딩크 감독은 로빈 판 페르시를 트레콰르티스타로 기용했다. 판 페르시에게서 데니스 베르캄프를 본건지, 라울 곤살레스를 본건지는 모르겠다만 첫득점부터 판 페르시가 아래로 내려와서 원활한 볼배급을 돕고 다시 전방까지 위치해 득점을 올리는 모습을 보이며 히딩크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실 이 경기는 전력차가 많이나서 6-0이란 경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전방 4명의 공격진은 비록 히딩크의 사랑 아펠라이가 부상으로 한물 갔다고 해도 라트비아를 상대론 측면 미드필더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또한 현대 축구의 핵심인 1.5선 수준에서의 압박도 라트비아가 제대로 해내지 못해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가장 비판을 많이 받는 선수 중 하나인베슬러이 스네이더가 간만에 신나게 경기를 조절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중에도 수비진과 달레이 블린트(전반 중반에 부상으로 요르디 클라시와 교체)의 호흡이 맞지않는듯한 모습이 보여 라트비아에게 유효슈팅 찬스를 주는 모습도 보여 여전한 아쉬움을 남겼다.

네덜란드 이야기는 여기서 끝. 왜냐면 새벽에 보다가 재미없어서 그냥 인터넷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이탈리아 VS 크로아티아

이번 주말의 메인이벤트. 양 팀 모두 이 경기에 많은 준비를 했는데 크로아티아는 그 전에 가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젊은 선수들을 내보냈고, 이탈리아는 이 경기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들을 미련없이 돌려보내고 빈자리를 대표팀에서 기회를 못받았던 국대후보급 선수들로 다시 팀을 구성시켰다. 많이 준비한 만큼 경기의 진행은 꽤나 볼만했는데, 불꽃놀이와 무승부는 조금 아쉬웠다.


0. 플랜
0-1. 이탈리아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3백이 갖는 이점을 최대로 살리고자하는 감독이다. 3백인 만큼 중원에 많은 수를 두어 중원 단순 머리수 싸움부터 우위를 가져간다. 또한 스페인식 점유율 축구처럼 선수들이 좁게 위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탄탄한 수비력 아래 활발하면서도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그들이 만들어내는 넓은 공간을 빠르게 이용해 최종적으로 상대를 쌈싸먹는 형태의 전술이다. 이는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의 전술이 단순한 입구 막기 수비 후 한방 러시 수준을 넘어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정확하면서도 세밀한 공격을 통해 최종적으로 상대를 말려죽이는 전략으로 발전한 것과 비슷... 은 무슨 감기걸려서 글이 이상합니다..

ITALY - Italy - 16th November 2014 - Football tactics and formations

이번 경기에선 안드레아 피를로의 부상으로 인해 다니엘레 데 로시가 후방 미드필더 자리에 위치했고 그 위를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와 안토니오 칸드레바가 위치하는 형태였다. 피를로의 공격 전개 능력이야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피를로라는 선수를 선발로 두는 것에 대한 약점 역시 치명적이다. 게다가 후방에 데 로시가 위치하는 것과 피를로가 위치하는 것에 대한 든든함의 차이 역시 크다. 내 생각에는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중원 라인업이 사실상 유로에서 이탈리아가 보여줄 베스트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우당탕탕
치로 임모빌레는 우리나라 이탈리아 팬들에게 '우당탕탕'이란 별명으로 불리는데 그야말로 만화에서보면 우당탕탕이란 효과음이 붙을 정도로 빠르게 침투해서 득점을 노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역습 상황에서 후방으로부터 빠르고 정확한 패스가 넘어와야하는데 여기서 피를로의 부재가 아쉬웠다. 하지만 피를로가 부재한 만큼 수비수 키엘리니가 직접 공을 넘기는 경우가 잦았다. 이는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볼 수 있는 부분인데 라모스와 페페가 성공율이 좋지 않더라도 무조건 긴 전방패스를 통해 호날두나 벤제마에게 공격의 기회를 주려하는 모습과 일치한다.

버스안에서
최근 이탈리아의 떠오르는 공격수인 시모네 자자는 1, 2선을 오가면서 중원진과 임모빌레의 가교 역할을 하며 크로아티아 수비의 균열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선제득점 장면도 순간적으로 2선에 공간이 난 것을 확인한 자자가 오픈 찬스에 있던 칸드레바에게 공을 넘겨주면서 시작되었다. 이 장면은 크로아티아 파트에서도 이야기할 것이 있으니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콘테 감독은 센터백 보누치가 부상을 당함에 따라 마테오 다르미안을 3백의 한부분으로 기용했다. 다르미안은 센터백에서 측면 수비수로 전향한 케이스로 정력적인 태클이나 오버래핑으로 인해 개인적으로는 가브리엘 에인세의 느낌이 나는 선수다. 측면 수비수로선 이탈리아 내에서도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하나 센터백으론 부족한 모습이었다. 경기 내내 크로아티아 페리시치에게 고전했으며 결과적으로 실점이 그 쪽에서 터졌다. 후반전 라이트백으로 전환했을 때는 또 무난했던 걸 보면 진짜 센터백이 안맞는 것일 수도.


0-2. 크로아티아
라키티치와 모드리치가 있는 데 니코 코바치는 무슨 걱정이 필요할까 싶었는데 걱정 생길만 하더라. 과거 크로아티아는 모드리치가 토트넘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충분히 빛을 발하고 있음에도 공격형 미드필더 내지 측면 미드필더자리에 위치시켜 공격 전개 역할을 맡기고 라키티치가 중앙 미드필더로 위치하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코바치 감독은 둘의 역할을 바꿨다. 모드리치가 중앙에서 통제권을 가지고 라키티치가 그보다 약간 앞선에서 공격적인 패스나 공격가담을 맡는다. 드디어 둘에게 맞는 옷을 입혀준 것이다.

CROATIA - CROATIA - 16th November 2014 - Football tactics and formations

코바치 감독은 이탈리아의 빠른 역습이 두려웠는지 4백을 최대한 수비에 위치시켰다. 그나마 공격 작업에 센스가 있는 스르나만이 조금씩 전진해 모드리치와 함께 공을 주고받는 정도였고 나머지 3명은 공격보다는 수비에 훨씬 무게감을 뒀다. 대신 3명의 공격수들이 이탈리아를 전방에서부터 자극하면서 볼을 따내고 유지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중원의 천재들이 공격 기회를 계속 잡아낼 수 있도록 도왔다. 확실히 크로아티아의 축구는 안정성있으면서도 위협적인, 그야말로 볼 맛이 나는 축구였다. 날씨도 추운데 저처럼 백수인 분들은 집에서 에펨만 하지 마시구 꼭 보세여...


특히나 페리시치는 그런 수비가담에도 불구하고 공격에도 민첩히 응하며 데 실리오를 마네킹화 시키고 자기가 비운 공간이 슈팅 찬스가 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뛰어온 다르미안과 누굴 막아야할 지 모른채 정신없이 공만 쫓아 다니던 칸드레바를 농락시키는 골을 성공시켰다. 페리시치가 굉장히 좋은 기량을 보이는 것이, 앞으로 라키티치의 패스를 자주 골로 연결시킬 모양새다.

모드리치의 수비 한계
사실 오늘 쓰는 글의 핵심이 아닐까. 위의 이탈리아 득점 상황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브로조비치가 자자 협력 수비에 나선 상황에서 모드리치가 칸드레바가 오픈 찬스를 갖지 않도록 견제를 해줬어야했는데 구경꾼1이 되어버리면서 실점을 허용했다. 그나마 나중에 리플레이 장면을 보면 만주키치가 마크하려고 뒤늦게 따라오고 있었는데 아무리 만주키치가 수비 가담이 활발하다해도 최전방 공격수에게 여기까지 수비 가담을 시키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이후에도 중거리 찬스가 나는걸 만주키치가 수비 가담으로 막는 장면이 있다.

사실 모드리치 같은 미드필더에게 수비 부담까지 맡기기엔 미안하지만 현대 축구의 흐름상 모드리치가 어느 정도의 수비가담을 등에 지어야만 크로아티아가, 레알 마드리드가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번 경우엔 연속된 경기로 조금 피로해져서 집중력이 떨어진 것 아닐까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허벅지 부상으로 전반 25분만에 교체를 당하고 말았다. 모드리치가 부상으로 코바치치로 바뀌면서 콘테 감독의 이탈리아도 과감히 파스쿠알을 빼버리고 로베르토 소리아노를 투입해 중원에서의 역동성을 더 늘려 크로아티아의 중원을 괴롭히려고 했다.

1. 전반 25분 이후
1-1. 이탈리아



<세리에매니아 출처의 자료로 콘테 감독이 직접 알린 전술적 지향점>

콘테 감독의 궁극적인 목표는 양날개를 윙백이 아니라 윙어들로 채우는 것이다. 비록 수비가담은 주어지지만 공격시 더 효과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기에 그들이 원하는 쌈싸먹는 축구라는 궁극적 목표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콘테 감독은 데 실리오를 레프트 윙백으로 보낸 대신 오른쪽 윙백에 칸드레바를 위치시켰다.

ITALY - Italy - 16th November 2014 - Football tactics and formations

칸드레바는 오른쪽 측면 공격전개를 맡았는데 정작 페리시치의 존재로 인해 오른쪽 수비를 하는 것이 전반전의 주 업무였다. 소리아노는 많은 활동량으로 라카티치를 중심으로 한 크로아티아를 견제했다.


1-2.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는 코바치치가 기존 라키티치 자리에, 라키티치가 모드리치 자리로 내려갔다. 하지만 중앙에 활발한 소리아노가 크로아티아를 괴롭히기 때문인지 기존처럼 원활히 공이 오고가는 경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무리였다. 때문에 후반전에 코바치 감독은 측면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주문, 측면에 더욱 머릿수를 늘려 라키티치를 이용한 속도는 느리지만 치명적인 측면 공격을 통한 득점을 주문했다.

CROATIA - Football tactics and formations

비록 만주키치는 데 로시와 3백에 막혀 공중볼말고는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이비차 올리치와 이반 페리시치에겐 측면에서 괜찮은 기회가 마련되었다. 비록 득점하지 못했다해도 유로에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항목이었다. 결국 이들의 목표는 눈 앞의 이탈리아를 넘어 유로라는 큰대회에서 결과를 남기는 것이니까.

2. 이탈리아의 변화
콘테 감독은 후반전 이후 자자와 임모빌레를 스테판 엘 샤라위와 그라치아노 펠레와 교체한 후 4백으로 전환을 시도한다. 플랜B의 기동이었다. 유벤투스 시절에도 3백의 한계로 더 높은 단계까지 팀을 진출시키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콘테 감독이기에 그의 4백 전술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ITALY - Football tactics and formations

위에서 이탈리아가 마치 테란의 전술과 같다고 표현했는데 테란하면 드랍십을 이용한 옆치기와 섬세한 컨트롤 아니겠는가. 콘테 감독은 이를 '파라오' 엘 샤라위란 변수를 통해 보여줬다.

이탈리아는 후반 중반 이후부터 키엘리니의 뻥차기를 오버랩한 데 실리오 내지 엘 샤라위가 받고 이를 왼쪽 공격으로 살려 슈팅까지 이어가는 형태로 경기를 진행했다. 비록 득점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지난 시즌 부상으로 고전한 엘 샤라위가 점점 폼을 끌어올리는 중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선 콘테 감독에겐 만족스러운 결과였을 것이다.


3. 모든 것은 유로2016
이 두 팀의 경기는 많은 이목을 끌어모았으나 서로가 '우리의 진검승부 무대는 유로다'라는 느낌의 경기 진행이었다. 크로아티아는 모드리치와 라키티치라는 걸출한 미드필더를 이용해 하나의 완벽한 전술을 만들어가는 느낌이었으며 이탈리아는 전술 이해도가 높은 선수들과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재능있는 선수들을 이용해 경기 스타일을 시시각각 바꾸며 스스로를 테스트하는 모양새였다. 비록 모드리치의 부상이나 불꽃놀이로 인한 경기 방해 등 마냥 웃기 만은 힘든 일들이 있었으나 나름 가치있는 경기였다고 나는 평하고 싶다. 부디 유로에선 두 팀 모두 전술적으로 완벽해져 축구팬들을 즐겁게 해주길 바란다.


4.
4-1.
이번 시즌 이적 시장 종료가 얼마 남지않던 8월말. 엘리엇의 부름으로 종로에 나왔다. 운영진 회의라는 주제였다. 그 자리엔 홍범이가 있었다. 홍범이는 과거 '레알사랑'이란 닉네임을 쓰던 순진한 아이였는데 엘리엇을 몇 년 따라다니다보니 완전히 엘리엇 추종자가 되어서 닉넴할 것이 없다는 것을 핑계삼아 닉넴마저 자기 이름을 쓰고 있었다. 하여튼 당시엔 홍범이는 운영진이 아니기에 난 또 '엘리엇 짐꾼으로 데려왔나보구나'라는 생각으로 무시하다 예의상 엘리엇에게 말을 걸었다.

"쟤는 왜 데리고 온거야?"
"아, 오늘 할 이야기 중 하나야. 홍범이를 스태프로 쓸려고"
"뭐?!"

놀라운 얘기가 아니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홍범이가 레알매니아 운영진 자리를 수 년간 노려왔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중학생 때 영어학원 상급반이라고 뉴스 번역하겠다고 자신만만해하던 아이였다. 하지만 당시에 알고있는 모든 회원들에게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이불 뒤집어쓰고 울면서 너무 나댔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안습한 결과를 가져왔었다.

그러나 지금은 홍범이의 운영자 승격을 막을 이유도 없었다. 어쨌든 대학도 진학했고 성인이 되어서 나도 아직 제대로 못하는 사리분별을 하는 법을 배웠다. 거기에 엘리엇의 따까리부하로 오래 움직여오면서 일명 '엘리엇 리더십'을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친구 만큼이나 레알 마드리드를, 레알매니아를 사랑하는 친구가 있을까.

어쨌든 그 자리에서 홍범이의 스태프 승격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당시 도르트문트 레인자켓을 입고있던 홍범이는 '계획대로야'라는 의미의 웃음을 지었는데 그 친구는 그 순간이 고생의 시작이 될 지는 몰랐을 것이다.


4-2.
그 이후로 나와 엘리엇, 홍범이는 정기적으로 만났다. 대체로 위닝일레븐이란 축구게임을 하거나 밥을 먹는 일이었지만 빠지지 않는게 '스태프 교육'이었다. 뉴스게시판에 홍범이가 글을 쓴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엘리엇의 의견으로 인한 시작이었다. 뉴스 뿐 아니라 회원 징계 공지나 회원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의 교육도 했다. '우리도 잘 못하면서 무슨 짓이지..'라고 생각은 했지만 재밌었다. 그래서 멈출 수가 없었다.

한번은 카페에서 홍범이를 보자마자 종이와 팬을 던지고는 핸드폰으로 뉴스 사이트에 접속해 뉴스 하나를 알려주고 뉴스 글을 쓰게했다. 나와 엘리엇이 커피를 마시는 동안 홍범이는 옆 테이블에서 말업이 볼펜으로 사각사각 종이에 글을 쓴다. 가끔 고개를 돌려 홍범이를 쳐다보면 어떻게 해야 독설가 엘리엇에게서 칭찬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머리를 쥐어 뜯고 있다. 엘리엇은 이를 또 기다리지 못하고 "뉴스 하나 써오는데 이렇게 오래걸리나!"하면서 호통을 친다.

결국 쭈뼛쭈뼛 홍범이가 완성된 원고(?)를 가져오면 나와 엘리엇이 한줄씩 읽으면서 어디가 문제다라는 점을 가르쳐준다. 그 이후에는 엘리엇과 내가 직접 같은 주제로 뉴스를 써서 운영자별 뉴스쓰는 스타일과 기사 작성 방법 등을 알려준다.

홍범이는 처음에는 매우 미숙한 친구였으나 지난 3개월간 정말 많이 발전했다. 이처럼 한팀에 딱 맞는 선수는 없다. 배우고 맞춰봐야만 비로소 그 팀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루카 모드리치마저 레알 마드리드에 적응하는데 반년가까이 걸렸다. 레알 마드리드 이적 초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으로 인해 레매 내에서도 말이 많고 키보드 싸움까지 있었다.

겨울 영입의 키워드는 역시 '즉전감'이라 할 수 있다. 즉시 팀에 끼워맞출 수 있는 선수여야한다. 때문에 겨울 영입 대상은 유럽 대항전에 출전 가능해야하고 구단 철학의 맞아야하고 등등.. 허들이 높다. 오히려 겨울 영입으로 인해 아슬아슬한 팀의 벨런스가 깨지는 경우도 간혹 봐왔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 영입으로 인해 팀이 완전히 분열되는 경우도.

모드리치는 부상당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지만 아직 우리에겐 이야라와 케디라가 있다. (ㅠㅠ)
이야라가 기용된다면 크로스보다 후방에 배치되어 크로스의 수비 부담을 대신 지어줄 수 있다. 
케디라가 기용된다면 대표팀에서의 연으로 인해 크로스와 좋은 호흡을 보여줄 수 있다.

이런 대안마저 실패한다면 그때서야 겨울 영입과 그 부담을 생각해보면 된다. 아직 우리팀은 희망적인 요소가 있으니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ps. 홍범님께서 넘칠님과 함께 레매 10주년 이벤트 많이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응원해주시고 시간이 되신다면 꼭 함께해주셨으면 좋겠네요.


Posted by M. Salg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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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7일 레알매니아에 쓴 글.

사진같은거 없어요. 그냥 밤에 인터넷하다 잠깐 열나는 일이 있어서 잠시 글을 좀 씁니다. 두서 없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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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대 레알 마드리드가 성공하지 못한 원인으로 꼽히는 지다네스 파보네스 정책(Zidanes y Pavones). 많은 사람들은 갈락티코 정책이라고도 부르더군요.

비싼 선수만 모아서 정책 팀에 필요한 선수를 안데려왔다느니 스타들만 있어서 화합이 안됐다느니 많은 비판만 남긴 정책입니다. 동시에 레알 마드리드 보드진이 멍청한 짓을 저지른 것이라며 아주 신나게 까내리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네, 까려면 팬이 까야죠. 한번 뜯어봅시다.

1. 퀸타 델 부이트레
레알 마드리드의 전성기를 크게 몇 가지로 구분하자면 먼저 50년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회장 취임 이후 '금빛 화살' 디 스테파노와 푸스카쉬를 앞세운 UEFA 챔피언스리그 5연패 시대와 1960년대 히피 붐과 함께 비틀즈의 히트곡 'She loves you'의 코러스에서 따온 'Ye-Ye' 시대. 그리고 80년대 라 파브리카가 낳은 보물 에밀리오 부트라게뇨를 중심으로하는 '퀸타 델 부이트레' 시대가 있습니다.

퀸타 델 부이트레는 부트라게뇨를 시작으로 유스풀에서 대박이 터져나오는 시대입니다. 산치스, 바스케스, 미첼과 같은 선수들이 주축이 되었고 여기에 우고 산체스나 미야토비치 같은 용병 선수들이 가미가 되어 스페인의 정상을 달립니다. 이후에도 라울, 구티, 카시야스를 탄생시킬 정도로 레알 마드리드의 유스시스템은 강력했고 자신이 있었습니다.


2. 지다네스 & 파보네스 정책
2000년,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구단은 피구를 시작으로 지단, 호나우두, 베컴과 같은 빅스타를 매년 한명씩 영입했습니다. 한명의 선수를 영입하는데 너무 과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비판도 있었으나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그 틈을 레알 마드리드가 자랑하는 유스 선수들의 승격으로 메우려고 했습니다.

당시 영입 전략을 비판하는 사람들 중에선 유스를 너무 홀대시 했다라는 의견도 있던데 구단은 분명히 기회를 줬건만 자기네들이 드럽게 못해서 다 날려먹은겁니다. 분명 페레스 회장의 정책은 무리가 있어보이기도 했지만 당시만 해도 아주 이해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트라게뇨, 산치스, 라울, 카시야스 같은 선수를 뽑아내던 유스팀에서 이후 망작만 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모든건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3. 파보네스
지다네스로 대표되는 빅스타들이야 여러분이 다 아실만한 선수들이니 생략하고, 파보네스로 대표되던 유스 출신 선수들을 살펴봅시다.

파코 파본
2001년 승격한 첫 해에 이에로의 짝으로서 27경기를 소화했습니다. 구단은 바로 7년 재계약에 서명하고 지단과 함께 구단의 얼굴로서, 레알 마드리드가 자랑하는 탁월한 유스 시스템의 상징으로서 소개합니다. 하지만 이후 그렇게 망할 줄 누가 알았을까요.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운 모습만 보이며 계약 마지막 시즌인 2006/2007 시즌엔 파비오 카펠로 당시 감독이 단 한경기도 기용하지 않았습니다. 2002년 당시 재정난에 시달리는 라치오가 주장인 알레산드로 네스타를 이적 시장에 내놓았는데 페레스 회장이 우린 파본이 있어서 필요없다고 했다는 카더라가 있습니다.

보르하 페르난데스
페르난도 이에로가 떠난 뒤 비어있던 4번의 주인공으로서 차세대 이에로로 주목받...긴 개뿔 역시나 막장이었습니다. 이후 센터백 내지 수비형 미드필더로 라리가 중하위권 팀을 전전하다 현재 인도리그에서 뛰고 있습니다. 라모스에게 4번이 이어지도록 한시즌간 등번호 보관함의 역할을 잘 한 셈이네요.

라울 브라보 "라울하면? 브라보~!"
호베르투 카를루스의 백업 레프트백으로서 많은 기대를 받았으며 2003년에는 프리미어리그 리즈 유나이티드로 임대 이적해 리즈시절을 경험한 적도 있습니다. 유로 2004에선 당시 부상당한 미첼 살가도를 대신에 스페인 국가대표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습니다. 레프트백이라면서 공격력도 별로고 수비도 별로였습니다. 수비진 줄부상으로 인해 센터백 땜빵도 뛴 바 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언제는 열세인 상황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적이 있었는데 경기 후 인터뷰하길 감독의 지시를 무시하고 자신이 골을 넣어야겠다 생각해서 앞으로 나갔었다고 합니다. 이런 선수에요 얘가...

하비에르 포르티요
라울이 갖고 있든 유스팀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수직 승격한 공격수입니다. 21세의 나이에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골을 기록하며 든든한 백업 공격수가 될 것이라 기대되었으나 이후 성장하지 못하고 임대 다니다가 방출당했습니다.

에스테반 캄비아소
16세 때 레알 마드리드 유스에 영입된 수비형 미드필더입니다. 이후 경험을 쌓기 위해 아르헨티나 팀으로 임대를 돌렸고 클로드 마켈렐레가 떠난 이후에는 주전 미드필더로서 크게 성장하길 기대받았으나 어찌 중요하지 않은 경기에서만 잘하고 나머지 경기에선 별로인 모습을 보여줘 백업 미드필더였던 플라비우 콘세이상이 주전 미드필더로 뛰게되는 답답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결국 구단은 그냥 너 주전으로 뛸 팀 찾아서 떠나라며 계약을 해지해줬는데 인테르로 가서 대성하게 되었네요.

후안프란
카스티야 시절엔 나이또래 최고의 윙어였습니다. 이후 에스파뇰로 임대 이적해서 뛰지만 성인 무대인 라리가에선 기대했던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구단은 오사수나의 이적제의를 받아들여 후안프란을 오사수나로 이적시킵니다. 몇 시즌 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백업 윙어로서 이적하고 구단에 측면 수비수가 초토화되자 어쩔 수 없이 라이트백으로 변신을 시도하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유스 선수 육성에 꽤나 힘을 쏟는 팀이었습니다. 비록 균형잡힌 영입으로 팀을 구축하지 못한 페레스 회장의 패착도 있지만 하나같이 너무나도 못한 유스 선수들의 탓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함께 레알 마드리드 유스풀에도 A팀에서 뛸만한 선수가 나오질 않게 됩니다. 그도 그럴게 카시야스, 라울 이런 선수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지면 그게 사람 사는 세상입니까. 유스는 복권입니다. 긁어서 터지면 좋지만 우리가 그걸 뽑을 확률이 얼마나 됩니까.


3. 화려한 선수 영입에만 맛들려 수비 보강이 없었다?
아닙니다. 분명 페레스 회장 초기에는 나이는 들었지만 당대 최고의 수비수였던 이에로, 천재 미드필더로서 수비도 잘하던 엘게라, 미래의 스페인 대표를 예약 중이던 파본. 구단은 이 셋이면 게임 끝이라 여겼었습니다.

하지만 이에로의 노쇠하가 너무나도 빠르게 다가와 감당할 수 없었고 미드필더에서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꾼 엘게라는 수비 리딩에 적합하지 않았으며 파본은 그냥 못했습니다.

때문에 당시 세리에 최고의 수비수였던 왈테르 사무엘, 잉글랜드 국가대표 주전 수비수였던 조너선 우드게이트, 에버턴의 핵심 미드필더였던 토마스 그라베센, 오사수나의 돌풍을 이끌던 수비형 미드필더 파블로 가르시아를 영입했었습니다. 그리고 다 망했죠. 이 선수들은 레매 전임 선수 프로필에 있으니 한번 시간나시면 봐주세요. 구단도 나름 어떻게든 수비를 강화해보겠다고 노력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결과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페레스 회장이 물러나게 되죠.


4. 결론
지다네스 파보네스 정책에 대한 평가는 목표던 트로피를 따내지 못했으니 실패라는 평가도 있지만 현재의 레알 마드리드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했으니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유스 선수들도 망하고 영입된 수비수들도 다 망했지만 축구의 화려함을 담당하는 공격과 미드필더진에 빅스타들을 데려왔으니 보여주기 면에선 좋은 결과를 낳았으니까요.

결국 자디네스 파보네스로 대표되전 2천년대 초반 시기는
1. 갈락티코 (성공)
2. 유스 선수들 (실패) → 그 실패를 메울 스타 선수들 (실패)
= 이로인한 불균형이 낳은 저조한 성적으로 페레스 사임

이렇게 요약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의견을 좀 쓰자면 지다네스 파보네스 정책은 결과적으론 실패했지만 이론상으로는 이해가능하고 쓸만한 정책이었다고 봅니다. 당시 선수진은 어느정도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그저 이에로의 후계자가 될만한 젊은 수비수와 전천후 백업 선수들만 유스들이 해결해주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이걸 못해냈네요. 게다가 베컴 영입 이후엔 마켈렐레가 베컴 수준의 고연봉을 요구하다 첼시로 이적하는 어찌보면 디 마리아와 비슷한 상황이 되면서 구단의 아슬아슬하던 벨런스가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봅니다.

어쨌든 우리팀은 생각보다 유스 출신 선수들을 등한시하는 아주 나쁜 구단이 아닙니다. 공격진 영입에 메달리느라 수비를 내팽겨친 구단도 아니고요. 그냥 믿었던 유스들이 못했어요. 인간적으로 라울, 구티 같은 애들 나오다가 포르티요, 바랄 이런 애들 나오는데 노답...


Posted by M. Salg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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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8일 레알매니아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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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쇼의 주인공은 리오넬 메시였다. 독재자에 저항한 시민구단 바르셀로나에 등장한 작은 거인, 그들의 축구 철학인 티키타카를 등에 업고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다. 수 년 간 엘 클라시코라는 무대는 언제나 티키타카라는 제목의 쇼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몇 년사이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를 누르고 다시 무대의 주인이 될 것으로 기대받았지만 케디라의 부상, 세르히오 라모스의 퇴장등 언제나 예상치 못한 암초로 인해 그 기회를 놓치곤 했다.

자, 티키-타카에 대해 간단하게 접근해보자. 공을 오래 점유할 수록 득점 확률이 높아진다라는 단순한 확률론에서 시작해 공을 지속적으로 유지해놓기 위해 필드플레이어가 오밀조밀한 간격을 유지하며 이윽고 완벽한 반코트 경기를 만들기위해 센터백들이 하프라인까지 올라와 팀이 완벽한 전술을 실행하도록 돕는다.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이 우승이란 결과로 검증한 이 전술은 전세계 모든 팀들이 추구하는 가장 완벽한 전술이 되었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해법이 연구된 전술이기도 하다.

눈을 감고 2년전으로 돌아가보자. 주제 무리뉴 당시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바르셀로나를 막기 위해 티키타카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챠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 세명의 미드필더를 상대로 그들에게 있어 강력한 벽이라 느껴질 수 밖에 없었던 사미 "카이저" 케디라와 많이 움직여주며 역습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의 힘을 이용해 레알 마드리드를 최고의 역습을 지닌 팀이란 별명을 얻게 해줬다. 그리고 오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역시 효과적인 역습을 통해 바르셀로나를 다시 무너트렸다. 물론 선수진과 기본 대형이 다르지만 나는 기본적인 골조는 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뭐 역습이 다 똑같지 뭐가 달라


베일과 벤제마, 역습을 위한 필수요소
느닷없지만 바로 포인트를 찔러보자.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의 잘 정돈된 수비와 미드필더 라인을 어떻게든 공략하기 위해 양 측면 수비수 조르디 알바와 다니 아우베스의 적극적인 오버랩을 주문했다. 때문에 바르셀로나는 센터백과 부스케츠의 앞에 챠비, 이니에스타, 아우베스, 알바가 2선에 위치하는 꼴이 되었으며 여차할 때는 리오넬 메시와 네이마르, 프란세스크 파브레가스가 공간을 만들면 뛰어들 준비를 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를 잘 공략했다.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이 레알 마드리드의 페널티 에어리어에 근접할 수록 역습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그간 카림 벤제마는 9.5번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공간수 능력과 연계 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나 오히려 제로톱이 갖춰야 할 조건 중 하나인 상대의 압박 능력이 너무나 부족해 상대를 압박해야할 땐 효과적이지 못했고, 오히려 역습에 임할 땐 한발늦는 속터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때문에 안첼로티 감독은 벤제마에게 수비를 포기하는 대신 그가 올라가 있을 수 있는 최전방에서 바르사의 센터백을 괴롭히도록 주문했다. 이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와 마르크 바르트라를 괴롭히는 동시에 그들이 부스케츠와 같은 라인까지 올라와 순간적인 3백으로의 변신을 편하게 하지 못했다.


<벤제마는 경기 내내 저 위치에서 상대를 괴롭혔다>

베일은 라인업 상 세컨탑으로 출전했으나 일면에선 무리뉴 감독이 외질을 이용하던 스타일과 비슷했다. 그는 바르사가 공격할 때는 2선까지 완벽히 내려와 지난 리가경기에서 약점을 보였던 사비 알론소와 루카 모드리치 두 명의 미드필더의 수비를 이스코와 함께 보완해주는 동시에 역습시엔 빠른 발과 뛰어난 몸싸움 능력을 이용해 팀의 공격을 도왔다.

특히 몸싸움에 강하단 점과 풀타임 소화가 가능한 체력을 갖고 있다는 점은 그가 외질만큼의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갖고 있진 않으나 후반 막바지를 그의 쇼타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되었고 결국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허수아비 부스케츠
욕설을 하거나 헐리웃을 하거나 상대 선수를 밟거나... 최근 스페인 대표팀 선수 중 가장 말이 많은 선수라면 단연 부스케츠를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이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했는데 오늘 최악의 경기를 펼친 이유도 상황이 그럴 수 밖에 없었나보다.

챠비가 예전 같이 최전방에서 최후방까지 움직이며 팀의 빌드업을 돕지 못하기 때문에 챠비가 많던 중원에서의 많은 움직임을 통한 티키타카의 원활한 운용은 파브레가스와 부스케츠에게 나뉘어 부담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부스케츠의 전술적 비중은 지난 시즌보다 크게 늘었고 레알 마드리드는 부스케츠와 바르사 센터백 듀오가 만들어내는 틈을 잘 이용했다.


<선제 득점 장면. 공을 따낸 이스코가 횡한 부시의 뒷공간을 이용하는 베일에게 찔러준다>

결국 부스케츠는 레알 마드리드에 농락당하며 그가 가진 개인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전술적으로 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후반전 베일의 득점 이후엔 알렉시스 산체스와 교체된 바르트라의 자리를 대신하며 센터백으로 내려갈 수 밖에 없었는데 부스케츠가 이렇게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기는 처음 본 것 같다.


<부스케츠는 이미 늦었다>


레알 마드리드 수비의 집중력
이 경기에선 레알 마드리드가 보여준 수비 집중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메시와 네이마르를 완벽하게 짤라내며 최고의 경기를 펼쳤는데 솔직히 그만큼 당했으면 이번에는 막는게 정상이긴 했다. 하지만 바르트라를 프리로 놓치며 이번 시즌 코파 유일한 실점을 허용한 것엔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후반 막바지 이니에스타의 기가막힌 흘리기를 받은 네이마르의 슛이 골대를 막고 카시야스에게 안기는데 그 순간 우리 모두 이 경기가 끝남을 직감했다.

분위기 상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지만 이케르 카시야스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비는 카시야스라는 확실한 리더가 존재하는 탓인지 혼전 상황에서 더욱 대처가 잘 이뤄지는 모습이다. 특히 코파 델 레이에서 단 1실점으로 우승한 것은 인상적인 결과다. 그 철벽의 레알 마드리드를 뚫은 선수는 메시도 네이마르도 아닌 바르트라 ㅎㄷㄷ 사실상 바르트라의 승리네요.


4명의 미드필드
사실 이번 경기에서 알론소와 모드리치의 중원이 잘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도움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라곤 단언할 수 있다. 알론소는 유튜브에 검색창에 자신의 이름을 넣었을 때 나타나는 패스 스페셜을 포기했다. 하지만 모드리치와 함께 4백의 앞에 위치하는 자신의 역할을 꿋꿋이 해냈다. 때문에 바르사는 두터운 중앙보다는 공을 측면으로 빼내며 크로스 일변도로 경기를 풀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사비 알론소는 자신의 모든 특징을 버림으로써 비로소 챠비 에르난데스를 맞상대 할 수 있었다.

특히 호날두가 빠진 요 몇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이스코는 이번 경기에서도 믿음직한 활약을 보여주며 우리의 사랑을 듬뿍받게 되었다. 안첼로티 감독은 이스코에게 '천재' 클라렌스 세도로프가 AC 밀란에서 주로 맡던 일명 메짤라 역할을 맡겼고 이스코는 정말 잘해내며 디 마리아와 함께 양측면에서 바르셀로나를 압박함과 동시에 위협적인 역습이 이어지도록 도왔다. 만약 다음 시즌 케디라가 완벽히 복귀한다면 레알 마드리드의 압박과 역습의 힘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나저나 어느 새 우리나라에 메짤라라는 용어가 퍼졌는지 신기하다. 물론 나도 '오버헤드킥'을 '칠레나'라고 부르긴 하지만 하프 윙 대신 메짤라라는 이탈리아 축구용어가 이렇게 퍼졌다니...  티키-타카, 게겐 프레싱만 봐도 요즘은 이상한 루트로 외국어를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안첼로티 4-4-2
모두가 알겠지만 안첼로티 감독은 시즌 초부터 줄창 4-4-2를 고수했다가 재미없는 경기로 욕을 많이 먹었다. 얼마나 기분이 나빴을까. 나도 하고 싶은거 못하게하면 미치겠던데. 게다가 안첼로티는 리가에서 바르셀로나에 2패를 거뒀고 에이스인 호날두가 부상 중이기 때문에 오늘 전술 선택에 꽤나 고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4-4-2는 상대가 어느 전략을 갖고 오던지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한 탄탄한 전술이다. 특히 선수들의 능력이 톱니바퀴 맞물려가듯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면 위협적인 공격력을 지닌 팀을 상대로 대여섯명씩 페널티 에어리어안에 쳐박혀서 수비만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수비가 가능함과 동시에 오늘처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노잼인 건 사실이니 4-4-2는 정말 하다하다 안될 때만 사용하는 걸로.


마무리
이번엔 바르셀로나의 뒷공간과 스피드에 강점을 가진 마드리드의 이점을 이용해 승리를 거뒀다. 이번 시즌은 빅토르 발데스, 카를레스 푸욜, 재계약을 안하기로 한 호세 핀토의 마지막 엘 클라시코 무대였는데 우린 뛰어난 경기력으로 그들에게 씁쓸한 커튼 콜을 선사해줬다.

하지만 하피냐, 필립 람, 다비드 알라바와 같은 빠른 발을 가진 후방의 바이언 뮌헨을 상대론 어떨진 모르겠다. 특히나 람은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레알 마드리드와 원수를 질 수 밖에 없는 펩의 바이언 뮌헨을 상대로 과연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올지 기대된다.

2004년 12월 레알매니아가 생겼고 올해 햇수로만 10년째다. 올해엔 설마??? 는 무슨 무관 아닌걸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무관이 아니라 유관이다! 와아 와아

그나저나 제목 짓는게 제일 어렵네요. 엘리엇님 존경합니다. 그냥 풋볼이팅 부활시킬까...


Posted by M. Salg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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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by "High Voltage"

SOCCER 2014. 3. 4. 14:47
해외축구를 몇 년간 보다보면 경기 전 자기가 서포팅하는 구단의 정보를 얻기 위해 언론사이트에 접속하는 버릇이 생기고 만다. 나도 그렇다. 언제나 아스와 마르카의 문자 중계를 켜놓은 채 한눈으로는 경기를, 한눈으로는 알지도 못하는 스페인어를 바라보며 대강 현지의 아저씨들이 하고 싶어하는 말을 비록 뉘앙스만 이라지만 잡아내려 노력한다. 이럴 때 마다 두 눈 멀쩡하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

어쨋든 이번 경기는 엘 데르비 마드릴레뇨, 마드리드 더비다. 리가 테이블 맨 꼭대기에서 라이벌을 맞는게 얼마만 일까.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 경기를 수년 째 보다보니 상대가 꼴지든 더비 라이벌이든 느껴지는 감정은 별 차이 없었다. '이기면 좋은거고 지면 또 욕해야지'라는 안일한 마음만이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레알매니아에서 "응원합시다!", "이길 수 있습니다" 등 손발 오그라드는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꺼내며 마드리디스타를 자처하는 운영자라 하기엔 이중적일 수도 있겠다. 특히나 몇 시즌부턴 생중계로 경기를 보면서도 내가 느끼는 축구에 대한, 레알 마드리드에 대한 열정이 사그러든건 아닌지에 대한 물음을 계속하고 있다.

어쨌든 잡생각과 함께 마르카를 클릭하고 사이트 메인 화면을 보는 순간, 가슴 속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High Voltage Derby"

삽질왕 마르카의 기사를 수년간 봐왔지만 이번 만큼 내 마음에 불씨를 지핀 적은 없었다. 그야말로 전기 스파크가 팍팍 튀는 센스다. 그래 매스미디어는 이래야지. 어느 새 난 콘서트장에 온 기분이었다. 그것도 앰프 소리에 몸이 찌릿찌릿하게 울리는 하드락 콘서트장 말이다.


마르카가 어설픈 합성을 한 것 처럼 이번 더비전은 단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디에구 코스타 두 프론트맨간의 맞대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다. 하지만 본 스콧엔 앵거스 영 아니겠는가? 경기를 달구는 기타리스트의 역할은 알바로 아르벨로아와 코케가 맡았다.

물론 둘의 포지션은 다르고 하는 역할도 다르며 그들의 전압의 방식마저 다르다. 알바로 아르벨로아는 디에구 코스타와 라울 가르시아를 슬슬 건들며 그들 스스로가 오버 히트해 방전되게 하거나 카드를 받게 소극적으로 만드는 전략을 사용했다. 사실 아르벨로아는 심판 눈에 보이지 않는 반칙을 참 잘하는 못된 친구라 이런 역할이 딱이었고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도 이를 노린 듯이 라모스와 페페 사이에 끼어있는 코스타를 아르벨로아를 이용해 슬슬 건드리는 작전으로 코파 델 레이 준결승전에서 디에구 코스타를 코스 아웃 시킨 바 있다.
반면 코케는 중원에서 스파크를 일으키는 타입이다.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상대의 중앙 미드필더를 말려죽이고 공을 탈취해 전방의 코스타에게 연결한다. 자칫보면 활동량만 뛰어난 선수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내실이 꽉 찬 선수로 차기 스페인 대표팀의 중심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승부는 이 차이에서 갈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케는 제 역할을 한 반면 아르벨로아는 제 역할을 해내지못했다. 심지어 레알 마드리드의 4백은 네 명 모두 아르벨로아 같았다! 간떨려 죽는 줄...

레알 마드리드의 4백은 디에구 코스타의 성질을 돋워놓는 것 까진 성공했다. 하긴 그거 하나는 세계에서 최고라 자부해도 좋은 선수들이니. 그리고 이른 선제골과 함께 모든 건 계획대로였다. 하지만 아틀레티가 제 정신을 차리면서 타이트한 전방 압박에 나섰고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이 애를 먹자 4백도 덩달아 우왕좌왕했다. 게다가 코엔트랑은 아르다 투란 마킹에 정신이 팔려 자신의 본래 담당인 코케를 놓치고 말았다. 아르다 투란은 4백 앞에서 좌우로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자주 맡는 전방 플레이메이커인데 코엔트랑이 저런 뻔한 공격 루트에 속아 공간을 내주는 모습을 보며 나는 한숨밖에 쉴 수 없었다.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공격에 당할 때 만큼 가슴쓰린 경우가 있을까. 마치 간접 흡연에 당한 폐처럼 썩어들어갔다.

반면 코케는 이번 경기에서 디에구 코스타가 빛날 수 있도록 찌릿찌릿한 활약을 보여줬다. 뛰어난 기술에 활동량까지 겸비한 디 마리아를 악착같이 물어 뜯었다. 덕분에 호날두에게 적절한 볼배급을 못하게 막았으며 코엔트랑이 디 마리아 없이 외로운 오버래핑을 하게 강제했다.

이번 경기에서 아틀레티 중원이 보여준 팀워크와 압박은 진짜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세명의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를 둘러쌓아 원활한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후반전 체력적인 한계에 닿으면서도 모드리치 주변을 아틀레티 중원이 감싸는 모습은 마치 모드리치의 하수인이 모드리치를 지키는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모드리치는 패스를 정말 잘해서 그 압박을 잘 벗어났다.

후반전 교체 이전까지 레알 마드리드는 베일, 벤제마, 호날두가 각개격파를 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야말로 소통의 단절이었다.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는 수비진을 하프라인까지 올리는 모험수로 억지로 간격을 좁혔고, 세르히오 라모스는 디에구 코스타 스페셜을 만들어줄 뻔 했다.

그나마 후반전은 이스코와 마르셀루, 카르바할 세명의 교체 선수가 잘해주면서 숨구멍이 트였다. 이젠 월드클래스의 안정감을 보이는 마르셀루님과 원숙미를 더해가는 카르바할님, 그리고 아틀레티의 강한 압박을 드리블로 슝슝 피해내가는 이스코님의 활약은 우리가 후반전에 동점골 득점에 성공하고 손에 땀을 쥐면서 후반전을 보게 한 원동력이었다. 뭐 이런 활약을 모두가 알고 있을테니 더이상 언급은 안하는 걸로.


물론 메인 매치였던 호날두와 코스타의 대결도 각각 나름대로의 번쩍임을 보여줬다. 호날두는 고전 끝 천금같은 동점골이란 결과로, 코스타는 간담을 서늘케하는 공간 찢어내기로. 앞서 내가 포장을 많이 했지만 이에 관한 글은 레매에도 쉴 새 없이 쏟아졌으므로 패스! 사실 귀찮아서...

귀찮아졌으니 마치 파워블로거같던 시작을 용두사미 마무리로 끝내야겠다.
카를로 안첼로티의 레알 마드리드는 중원의 핵, 사미 '카이저' 케디라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잘 해내고 있다. 하지만 아틀레티와 같은 강한 전방 압박을 보여주는 팀을 상대로는 자칫하다간 전방의 공격수들이 미아가 되어버리고 디 마리아나 모드리치는 가을도 아닌데 고독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현재 레알 마드리드 포메이션에 수정을 가할 곳은 없다. 현재의 전술은 현재의 마드리드가 낼 수 있는 최적의 전술이다. 이번 마드리드 더비는 촐로 시메오네의 전술이 낫다기보단 베스트의 아틀레티를 상대로 케디라님이 없는 우리가 잘 해냈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할 것이다.

페페와 세르히오 라모스의 가세 이후 레알 마드리드는 수비를 못한다는 악명은 벗었지만 깨끗한 경기를 할 줄 모른다는 더 나쁜 수식어를 얻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레알 마드리드의 이름을 걸고 펼쳐지는 중요한 경기에서 팬으로서 고개를 못들 정도로 부끄러운, 지금 활동하는 선수들을 아이돌로 여기고 자라날 어린 친구들에 권해주기 힘든 경기도 많이 봤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나름 현대 축구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잘 보여주는 경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강력한 더비 라이벌을 상대로 대담한 전방 압박과 그 사이에서 전방으로 공을 어떻게든 넘겨주려는 이스코와 마르셀루의 노력, 그리고 양 풀백의 중요성까지... 특히 이 경기는 틀에 박힌 축구 경기가 슬슬 지겨워져가는 어느 정도 축구 지식이 쌓인 축덕에게는 더욱이다. 필드 위의 모든 선수가 전술적 움직임과 기술을 겨루는 동시에 뜨거운 열정으로 그라운드를 팬들의 성화만큼이나 꽉 메운다. 게다가 각 팀의 팬이라면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선수에 관한 이야기로 논문을 5장씩은 써낼 만 한 가치있는 경기다. 예를 들어 케디라의 도움만 받던 벤제마가 드디어 오프사이드를 어떻게 깨야하는지 슬슬 적응했다거나 등등...

응원하는 팀이 온몸이 저릴 정도로 재밌는 경기를 펼친다. 게다가 모든 대회에서 우승할 가능성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3개월은 레알 마드리드 팬에 있어 숨가뿌게 돌아갈 것이다. 자칫하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지도?! 우리나라에서 AC/DC 공연이 열리는게 빠를까 레알 마드리드의 '그것'이 빠를까? 결론은 AC/DC 내한 좀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M. Salg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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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즌 새 감독

SOCCER 2013. 9. 17. 21:29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바뀌었다. 선수진도 바뀌었다.


완전히 새로운 팀이 되었다.


나도 새로운 맘으로 열심히 응원해야겠다. 모두가 욕해도 내가 레알 마드리드를 지탱해줘야겠다.

Posted by M. Salg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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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 여겨보는 선수를 내가 좋아하는 팀이 영입하는 것 만큼 흥분되는 것도 없다.


내가 보는 눈과 레알 마드리드 보드진이 보는 눈이 똑같다는 이야기다. 난 틀리지 않았어.

Posted by M. Salg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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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베컴 은퇴

SOCCER 2013. 5. 17. 06:14

나로선 최정상에 위치함에도 인정받지 못할 때의 자괴감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게 베컴의 삶이다. 언제나 편견과 싸우던 축구 선수.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은 잊을 수 없다.


물론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얼굴이라도 한 번 보겠다고 쓸데없이 호텔까지 쫓아간 일도 잊을 수 없다. 검은 옷 입은 아저씨들한테 저지당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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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키타카의 한계

SOCCER 2013. 3. 1. 08:59

현재 바르셀로나는 티키타카가 막힐 경우의 플랜B가 없다. 때문에 전술적 결함이 모두 까발려진 현재 바르셀로나가 어찌할 방도가 없다.

나는 AC 밀란과 레알 마드리드가 보여준 이 경기를 시작으로 바르셀로나의 패도가 무너질 것이라 확신한다. 왜냐면 아무리 감독을 갈아치워도 현재의 바르샤는 샤비와 이니에스타, 메시를 중심으로하는 이 전략 밖에 이용가능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점유율 유지 밖에 못하는 챠비 에르난데스와 득점력을 위해 경기력을 포기한 페노메노 메시, 그리고 이런 파트너들 때문에 고립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이니에스타.

웃긴 점은 지금 바르셀로나의 유스 시스템은 여전히 이 '티키-타카'만을 고집하며 애들을 성장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전술적 융통성이 없어서야..

봐라 레알 마드리드는 데리고 있질 않아서 그렇지 이런저런 타입의 선수들 많이 배출해냈어! ㅠㅠ 눈물

Posted by M. Salg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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