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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11 모드리치, 마드리드의 중심에서


루카 모드리치 월드사커다이제스트 2015년 11월호 인터뷰. 인터뷰어는 파블로 폴로(MARCA)

루카 모드리치는 레알 마드리드 입단 4년째에도 여전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희귀할 정도의 전술안으로 중원을 지휘하며 팀의 성패를 좌우하는 존재로 진화했다. 만으로 30세. 문자 그대로 명문의 중심으로서 빛을 발하는, 원숙한 테크니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월드사커다이제스트: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의 태반은 모드리치의 발을 경유한다. 이번 시즌의 레알 마드리드를 “모드리치의 팀”이라 평하는 목소리가 있을 정도다.
모드리치: 피보테는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포지션이기에 자연히도 공을 만지는 횟수나 패스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팀 정중앙에서 항상 공을 요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본디 나 역시도 공과 맞닿은 상태에서 리듬을 타는 타입이기에 내가 수비진과 공격진의 이음새 역할이란 감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중원에서 콤비를 이루고 있는 크로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모드리치의 팀이라 불리는 건 영광이다. 그러나 나 혼자서 공격을 이끄는 건 아니다. 공격이 잘 풀리는 것은 크로스나 이스코, 여기에 하메스에 카세미루까지 중원에서 함께 뛰는 선수들의 도움 덕분이다. 주변의 보조 없인 그런 자리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순 없다.

시즌 초반, 레알 마드리드는 득점력 난조로 고생했다.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따금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법이다. 득점기회는 계속 창출해냈었다. 창출횟수만으로 따지자면 지난 시즌 좋았던 시기와 별 차이 없지 않을까. 원래 골이란 건 잘 들어갈 땐 잘 들어간다. 득점 기회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것은 제대로 경기하질 못한다는 뜻이 되지만 골은 아니다. 레알 마드리드엔 최고 수준의 공격수가 있다. 공격력이 좋다는 사실은 공격진이 만들어 낸 수치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최근 몇 시즌간 최다 득점팀은 레알 마드리드다. 꾸준하게 득점할 수 있는 시기가 돌아올 것이다.

4-2-3-1 전술에서 도브레피보테(더블폴란테)로서 당신과 크로스가 팀의 두뇌 역할을 맡는다. 경기 중에도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편인가?
물론이다. 경기장위에서 가장 많이 공을 주고받는 선수가 크로스다. 함께 뛴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보조도 뛰어나다. 여기에 젊은데다가 센스도 대단하고 월드컵 우승까지 성과도 뛰어나다. 이런 선수가 팀에 있음은 강점이 된다. 덧붙이자면 현재 레알 마드리드 중원에선 크로스는 뺄 수 없는 존재다.

그나저나 당신은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한 이래 3명의 감독에게서 지도를 받았었다.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감독은 누구인가?
누구 하나가 더 특별했다고 할 순 없다. 셋 모두 최고 수준의 지휘관이며 각자의 지휘법으로 내 성장을 도와줬다. 함께한지 얼마 되지 않은 베니테스는 제외하고 무리뉴와 안첼로티 감독들에게 배웠던 것들은 지금에도 잊지 않고 있다. 특히 무리뉴 감독은 날 레알 마드리드로 불러준 장본인이다. 게다가 내가 온 순간부터 날 신뢰해주었다. 당연히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신뢰감을 느꼈으며 무엇보다도 승리를 추구하는 그 자세엔 머리가 숙여졌다. 안첼로티 감독도 내 플레이스타일에 신경을 써주었다. 지난 시즌 부상 중에는 매일같이 용기를 복돋아주었다. 안첼로티 감독과 함께 보내던 시절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다.

베니테스가 부임하고 나서 가장 변한 점은?
놀랄 정도의 하드워크를 주문받았다. 초임부터 알기 쉬워 편한 느낌이다. 누구보다도 우승을 목표한다. 선수 중엔 라파의 전술연습이나 수비연습을 싫어하는 선수도 있지만 그런 자세는 언어도단이다. 경기장 위에선 규율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며 전술연습은 공수의 전환을 익히는데 큰 영향을 준다. 경기 중 힘들어지는 시간에 대해서도 결국 얼마나 시간을 들여 공수전환을 몸에 익혔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이번 시즌엔 팀 전체가 몇 미터 뒤로 물러나는 모습도 보였었는데?
시합에 따라 다르다. 베니테스 체제가 되면서 수비적이란 이야기도 들리는 것 같지만 팀의 철학이 그렇게까지 변한 건 아니다. 공의 소유권을 유지한 채로 능동적으로 공격을 펼친다. 상대가 공을 소유하게 되면 적극적인 전방압박을 펼친다. 앞으로도 작전을 변치 않고 실행할 것이다.

당신에게 가장 이상적인 축구는 어떤 스타일인가? 수년전의 바르사가 보여줬던 이른바 티키타카인가? 아니면 더욱 잉글랜드적인 다이렉트 풋볼인가?
그런 것에 그다지 매달리진 않는다. 스퍼즈 시절엔 다이렉트한 전개를 중심으로 축구를 했지만 지금은 포제션 중시의 축구가 중심이다. 어느 쪽도 정답이라 생각하며 개인적으로는 어느 쪽 모두 잘해낼 자신이 있다. 이길 수만 있다면 스타일은 관계없다. 그게 나의 이론이다. 단 하나, 수비적인 축구는 좋아하지 않는다. 전원이 수비하면서 카운터. 이런 전개는 별로라 여긴다.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적극적인 공격으로 풀어나간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같은 경기 중에서도 빠른 움직임이 요구될 때도 있으며 패스를 돌리거나 재치가 필요할 때도 매우 많다.

신입생 코바치치를 크로아티아 대표팀 선배로서 어떻게 보는가?
영입되자마자 주전은 아직 잡지 못하고 있지만 최고의 자질을 보이고 있다. 젊고 성장세도 가파르기에 출전수를 늘려간다면 대성할 것이다. 센스나 테크닉을 좀 더 발전시킨다면 말이다. 실은 실력 뿐 아니라 미드필더로서도 빠지는 점이 없다. 균형 잡힌 선수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리고 뜀박질도 곧 잘해 좋다. 에어리어 안쪽으로 뛰어 들어와 마무리하는 감각이나 득점력도 일품이다. 벌써부터 팀에 도움이 되고 있다. 몇 년 후가 정말로 기대된다. 같은 크로아티아인으로서 이런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에 왔다는 사실이 마음 든든하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 가장 의미 있던 경기나 스스로가 변하는 계기가 된 경기가 있는가?
당연히 정해져있지않은가. 데시마를 달성했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다. 그 때 리스본의 경기장에 서있던 선수는 누구라도 그리 답하지 않을까? 그 시합을 통해 레알 마드리드라는 구단의 역사에 남게 되었다. 내 축구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성공이었다. 그 정도로 의미 있는 우승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내게 있어 공을 차기 시작했던 이래 가장 중요한 우승이었다. 잊힐 리가 없다.

최근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단은 꽤나 공격적인 구성이라 할 수 있다. 피보테 위치에 자리하는 당신이나 크로스도 본래 공격진 아래에 위치하는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이런 공격적인 팀에서 뛰면서 따로 신경 쓰는 점이 있는가?
그 위치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 그 뿐이다. 경기 중 처음으로 승부처가 되는 곳이 센터하프에서 공을 받는 순간이다. 측면 수비에게 돌릴 것인지, 또는 센터포워드인 벤제마에게 전진패스를 전달할 것인지, 아니면 전방으로 드리블하여 상대를 뚫을 것인지. 전부 그 순간 상황에 따라 판단할 필요가 있다. 원거리에서 슛을 날려야만 하는 순간도 있다. 따라서 이럴 땐 이런 움직임을 해야 한다고 미리 정할 수가 없다. 크로스도 그렇지 않은가? 상황을 순간에 간파하는 능력은 이 포지션에서 필수불가결한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 있어 거대한 무기인 호날두와 베일에 대한 이야기다. 공격진의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서 주의하는 점은?
가장 중요한 것은 둘의 스피드를 활용하는 것이다. 때문에 가능하면 그들이 빈공간으로 공을 치고나가도록 신경 쓴다. 속도가 붙은 상태야말로 그 폭발력을 활용할 수 있으니까. 따라서 공간이 나지 않는 때엔 도와주러 다가온 선수에게 내주는 경우도 많다. 당연하지만 둘을 통해서만 축구를 할 순 없는 법이기에 연연하진 않는다.

당신은 플레이메이커로서 거의 완성된 선수임에도 개선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가?
완성은 당치도 않다. 여러 면에서 나는 아직도 성장할 수 있다. 해야만 한다. 다만 가장 성장을 필요로 하는 면은 기술적 성장보다도 부상당하지 않고 시즌 내내 안정적인 모습을 계속 보여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부상은 꽤나 사람을 성가시게 만든다. 득점력 상승도 생각하긴 해도 골은 운이나 그날그날의 바이오리듬 같은 거에도 좌우되는 것이니 다음 순위로 밀었다.

스페인에 오고 나서 선수로서 바뀐 점은?
모든 면에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프리미어리그는 내 첫 발돋움의 땅이었다. 엄청나게 빠른 리듬과 높은 강도의 축구에 치여 가며 충분히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프리메라리가에 온 후부터 기술면이나 움직임 하나하나의 정도를 통해 집중력이 한층 성장한 것을 실감했다. 나이가 들면서 성장한 부분도 있지만 스퍼즈에 있던 시절과 비교해 축구선수로서 성숙해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레알 마드리드라는 상승의 의무를 지난 빅클럽에서 많은 경험을 했으니까. 한층 커졌다는 느낌을 느낀다.

이번 시즌 리가우승의 포인트
안정감을 시즌 내내 유지하는 것. 지난 시즌을 떠올린다면 연승기록이 이어질 정도로 연말 내내 잘나가서 정말로 막힘을 몰랐었다. 그러나 시즌이 종료될 때엔 뼈저리게 느꼈다. 그건 무의미했다고. 연승하던 때엔 분명 기분도 좋았다. 하지만 도중에 실족하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이젠 지난 시즌 같은 기세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아도 시즌 내내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유지하는 쪽이 더욱 중요하다. 리가는 이른바 장거리 경주다. 지난 시즌정도로 그걸 실감했던 적이 없다. 물론 운이나 주전의 부상이란 요소도 패권의 행방을 가르는데 크게 좌우된다.

그럼 다시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하기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한가?
리가는 안정감이라 이야기했지만 챔피언스리그는 완전히 달라서 세부적인 모습이나 경기 일정이 결과를 좌우한다. 이변이 자주 일어나는 것도 그러한 요소에서 비롯된다. 리가와 달라서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대회다. 봄의 중요한 시기에 부상자가 속출한다거나 팀이 잠시 정체기에 빠지면 그만큼 어려운 경기로 임할 수밖에 없다. 빅클럽이 선수층이 두터운 이유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서다. 어쨌든 리가와 함께 이번 시즌에도 우승을 노린다. 그것이 최대의 목표다.

유로2016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크로아티아는 예선에서 고전하고 있다.(인터뷰 당시 크로아티아는 2경기를 남긴 채 H조 3위)
어려운 조에 걸렸다. 생각한대로는 아니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결과를 낼 수밖에 없다. 포기하고 싶진 않다. 남은 2경기에서 전력을 다해 이긴 후에 다른 경기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개인적으론 프랑스에 가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9월에 30세가 된 내가 언제까지 대표로 뛸 수 있을 진 알 수 없다. 그리고 이번 크로아티아는 뛰어난 실력의 선수들이 모여 있다. 이번에는 정말 빅찬스다.

당신이나 라키티치를 필두로 이번 크로아티아 대표팀은 뛰어난 재능의 선수들이 모여 있다. 크로아티아 축구의 레벨이 높아졌다.
대표팀의 중심선수가 리가 2강에 속해있다는 것. 즉 세계최고 수준의 리그의 2강 선수들이 크로아티아의 한날개씩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라키티치는 바르사로 이적하고 나서 한 계단 더 성장했다. 정말 기쁜 일이다. 그는 아직 젊은데다가 앞으로의 바르사에서 더욱 중요한 선수가 될 것이니까.

프랑스행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그리 바라고 있다. 이미 레알 마드리드에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해냈으니까 앞으로는 대표팀에서의 우승을 원한다. 실현할 수 있다면 데시마랑 같은 수준의 기쁨을 맛볼 수 있겠지. 길은 험난하지만 어떻게든 참가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
Posted by M. Salg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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